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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야마모토보다 낫다...'데뷔 2G 무실점' 이마나가, 마에다 14이닝 연속 무실점 넘을까

일본인 빅리거 이마나가 쇼타(30·시카고 컵스)가 개막 2경기 연속 무실점을 기록하며 반전을 안겼다. 메이저리그(MLB) 최고 몸값(3억2500만 달러) 투수 야마모토 요시노부(LA 다저스)보다 눈길을 끄는 행보다. 이마나가는 8일(한국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리글리 필드에서 열린 2024 MLB 다저스와의 홈 경기에 선발 등판, 4이닝 동안 2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했다. 비로 경기가 중단된 뒤 2시간 50분 뒤에 재개된 탓에 5회 마운드는 오르지 못했다. 중요한 건 빅리그 데뷔전이었던 2일 콜로라도 로키스전(6이닝 무실점)에 이어 2경기 연속 무실점·무볼넷 투구를 보여줬다는 것이다.콜로라도와 달리 다저스 타선은 이마나가에게 진짜 시험대였다. 최우수선수(MVP) 수상 이력이 있는 1~3번 라인, 무키 베츠·오타니 쇼헤이·프레디 프리먼를 필두로 막강 화력을 자랑하는 팀이다. 이마나가는 시속 150㎞/h 전후 포심 패스트볼(직구)과 스위퍼 그리고 스플리터를 앞세워 다저스 타선을 침묵시켰다. 같은 일본인이자 현재 MLB 넘버원 아이콘 오타니와의 1회 초 첫 승부에서도 9구 접전 끝에 몸쪽 높은 코스 직구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다저스 타선 상대로 2스트라이크 이후 타자 골반 높이 하이 패스트볼로 헛스윙이나 파울을 유도한 뒤 바로 스플리터로 히팅 포인트를 빗겨가는 승부 패턴이 잘 통했다. 이마나가는 일본 리그 요코하마 베이스타스 소속으로 뛴 8시즌(2016~2023) 통산 64승, 평균자책점 3.18을 남긴 투수다. 국가대표팀에도 선발됐다. 올 시즌을 앞두고 미국 무대에 도전했고, 컵스와 4년 총액 5300만 달러를 받고 빅리거가 됐다. 시범경기에선 2승 2패, 평균자책점 5.68을 기록하며 평범한 성적을 남겼지만, 개막 뒤엔 2경기 연속 무실점을 기록하고 일본 야구팬 시선을 자신에게로 끌어모았다. 시즌 초반 기준으로는 야마모토에 밀리지 않았다. 데뷔 첫 2경기 연속 무실점은 최근 몇 년 사이 MLB에서 활약한 일본인 대표 투수 다나카 마사히로(전 뉴욕 양키스) 다르빗슈 유(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오타니도 해내지 못했다. 류현진(현 한화 이글스)의 다저스 시절 동료였던 마에다 겐타(디트로이트 타이거즈)가 2016시즌 2경기 연속(각 6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바 있다. 그는 3번째 등판이었던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에선 7이닝 1실점을 기록했다. 데뷔 14이닝 연속 무실점 행진. 이마나가의 다음 등판은 14일 시애틀 매리너스전이 될 전망이다. 8일까지 치른 10경기에서 팀 OPS(장타율과 출루율 합계) 0.589로 전체 25위에 머물고 있는 팀이다. 이마나가가 3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4.04.09 07:00
배구

[IS 피플] 이다영 지운 김다인, V리그 넘버원 세터 등극

현대건설 '코트 위 사령관' 김다인(26)이 전임 이다영(현 볼레로 르 카네)의 그림자를 지우고 V리그 넘버원 세터로 올라섰다. 김다인은 지난 1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흥국생명과의 2023~24 도드람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챔프전·5전 3승제) 3차전에 선발 출전, 안정감 있는 공 배급과 적극적인 수비 기여로 현대건설의 3-2 승리를 이끌었다. 현대건설은 챔프전 3연승을 거두며 우승 트로피를 차지했고, 2010~11시즌 이후 13년 만이자, 창단 2번째로 통합 우승을 해냈다. 3경기에서 109점을 올리며 챔프전 최우수선수(MVP)에 오른 아포짓 스파이커(라이트) 모마 바소코, 목 통증은 안고 투혼을 보여준 팀 대들보 양효진이 현대건설 우승 주역으로 인정받았다. 공격수들의 역량을 최대치로 끌어낸 김다인의 공도 결코 저평가할 수 없었다. 올 시즌 현대건설은 악재가 많았다. 베테랑 아웃사이드 히터(레프트) 황민경이 IBK기업은행으로 이적하며 측면 공격력이 떨어졌고, 국가대표팀 일정을 소화한 선수가 많아 정규리그 개막 전 손발을 맞출 시간이 부족했다. 이런 상황에서 김다인은 모마의 파워 있는 스파이크 구사 능력을 온전히 활용하면서도, 리그에서 가장 공격력이 좋은 미들블로커진(양효진·이다현)의 중앙 공격 빈도를 높여 다양한 득점 루트를 만들었다. 강점에 의존하지 않는 경기 운영도 돋보였다. 5세트 막판 정지윤·고민지·위파위 시통이 동반으로 부진하며 왼쪽 공격력이 떨어졌지만, 이들이 공격 감각을 유지할 수 있도록 공 배급을 줄이지 않았다. 정규리그 마지막 5경기에서 평균 12.4득점에 그쳤던 현대건설 왼쪽 공격수들은 챔프전 3경기에선 23.7점을 기록했다. 김다인도 챔프전에서 득점으로 이어진 연결(토스)을 의미하는 세트를 세트당 11.733개를 기록, 8.733개에 그친 상대 주전 세터 이원정을 압도했다. 2017년 열린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4순위로 현대건설 유니폼을 입은 김다인은 첫 3시즌 동안 6경기밖에 출전하지 못했다. 당시 현대건설엔 국가대표 세터였던 이다영이 주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김다인은 이다영이 국가대표팀에 차출됐을 때나 출전 기회를 얻었다. 2019년 KOVO컵에서 선발 세터로 5경기를 뛰며 현대건설의 우승을 이끌었지만, V리그가 시작하면 다시 벤치를 지켰다. 김다인이 주전으로 올라선 건 2020~21시즌부터다. 이다영이 오프시즌 흥국생명으로 이적하며 기회를 얻었다. 원래 현대건설은 트레이드로 10년 차 세터 이나연을 영입해 이다영의 공백을 메우려 했다.이도희 당시 감독은 V리그 개막 뒤 성장 잠재력이 큰 김다인을 주전으로 썼다. 현대건설은 2020~21시즌 1라운드에서 5연패를 당하는 등 고전했고, 결국 승점 34에 그치며 정규리그 최하위(6위)로 추락했다. 주전 세터 역량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도희 감독은 "김다인이 알을 깨고 나와야 한다"라고 독려하며 거듭 성장을 유도했다. 풀타임 주전 첫 시즌 큰 실패를 경험한 김다인은 이후 꾸준히 성장했다. 특히 서브 리시브가 흔들린 상황에서 오픈 공격을 만들어주는 판단력과 토스 정확도는 리그 정상급으로 인정받았다. 현대건설의 정규리그 1위만 2번(2021~22, 2023~24) 이끌었다. 최근 2시즌 연속 리그 세트 부문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국가대표팀에도 선발됐다.챔프전 우승을 확정한 뒤 인터뷰에 나선 양효진도 "(김)다인이는 성장하는 속도가 되게 빠르다. 첫 시즌이 끝나고 '잘 맞겠다'는 느낌이 딱 왔다'면서 "세터는 대화가 잘 통해야 (전술) 변화를 많이 할 수 있는데 대화도 잘 통한다"고 칭찬했다. 이어 "세터는 코트를 장악해야 하는 위치인데 분위기가 넘어갈 것 같은 상황마다 계속 파이팅을 불어넣더라. 센스도 많이 좋아졌다"고 극찬했다. 학폭(학교폭력) 논란으로 V리그에서 퇴출된 이다영이지만, 자질만큼은 역대 최고로 평가받은 세터다. 김다인은 프랜차이즈 선수 자격을 유지하면서도, 이다영이 해내지 못한 현대건설의 통합 우승을 이끌었다. 구단 역사를 대표하는 세터로 인정받으며 자신의 시대를 활짝 열었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4.04.02 12:16
프로야구

[IS 인천] 첫 등판부터 '158.8㎞/h' 광속구...문동주 '5이닝 2실점' 승리 요건, 한화 4연승 보인다

문동주(21·한화 이글스)가 문동주답게 2024년 첫 경기를 상쾌하게 출발했다.문동주는 28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4 KBO리그 정규시즌 SSG 랜더스전에 선발 등판해 5이닝 6피안타 1볼넷 4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깔끔한 투구, 그리고 타선의 대량 득점 덕에 다섯 점 리드를 얻으며 시즌 첫 승 요건을 갖췄다. 직구 구속은 최고 158㎞/h(트랙맨 기준 158.8㎞/h)를 찍었다.문동주는 데뷔 2년 차인 지난해 8승 8패 평균자책점 3.72를 기록, 팀의 3선발로 활약했다. KBO리그 국내 투수 역대 최고 구속인 160.1㎞/h를 찍었고, 구위와 활약을 인정받아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국가대표팀에도 선발됐다. 시즌 후 신인왕도 당연히 그의 몫이었다.쾌조의 2023년과 달리 2024년 출발을 준비할 때는 다소 난항을 겪었다. 스프링캠프에서 페이스가 늦게 올라왔고, 투구 수를 늘리는 속도도 늦었다. 개막 직전 고척돔에서 열렸던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스페셜 매치에 등판하느라 투구 수 조절이 더 늦어졌다. 결국 최원호 한화 감독은 당초 계획보다 등판 일정을 늦췄다. 22일 퓨처스(2군)리그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투구 수를 늘렸고, 반 턴 정도를 쉰 28일 드디어 정규시즌 처음으로 마운드에 올랐다.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스프링캠프, 시범경기, 스페셜 매치에서 좀처럼 페이스와 밸런스를 찾지 못했던 문동주였으나 이날은 완벽했다. 볼넷은 1개가 전부였고, 최고 구속은 . 150㎞/h를 넘는 공이 많지 않았던 스프링캠프, 시범경기 때와는 전혀 다른 구위였다.문동주는 1회 말 첫 타자 최지훈에게 안타를 내주고 출발했다. 하지만 이때부터 피치를 올렸다. 후속 타자 박성한에게 직구와 커브만으로 헛스윙 삼진을 끌어낸 그는 최정에게도 커브로 3루수 땅볼을 유도했다. 이어지는 득점권 위기에선 4번 타자 한유섬에게 2스트라이크를 먼저 잡았고, 아껴뒀던 체인지업을 처음 던져 2루수 땅볼을 만들고 1회를 마무리했다.강속구는 위기 때 광속구로 진화했다. 2회 말 문동주는 하재훈에게 2루타, 고명준에게 볼넷을 내주고 흔들렸다. 최고 구속이 150㎞/h에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김성현의 번트 시도 때 노시환의 호수비로 병살타를 유도한 그는 전의산을 상대로 5연속 직구를 던져 헛스윙 삼진을 기록, 힘으로 위기에서 탈출했다. 전의산 타석에서 던진 직구 구속이 PTS 기준 최저 153㎞/h, 최고 158㎞/h(트랙맨 기준 158.8㎞/h)였다.문동주는 이후 순항했다. 3회 이지영과 최지훈에게 연속 땅볼을 얻어는 그는 2사 1루 상황에서 최정에게 우익수 뜬공으로 이닝을 마쳤다. 3회 초엔 4번 타자 노시환이 투런 홈런을 기록, 그가 승리 요건을 갖추게 도왔다. 이어 4회 말 한유섬과 하재훈에게 연속 헛스윙 삼진을 이끌었다. 한유섬에겐 5구 연속 직구를 던진 문동주는 하재훈에겐 반대로 변화구만 투구해 타자의 허를 찔렀다. 한화 타선은 문동주에게 득점 지원을 더했다. 5회 초에만 다섯 점을 선물, 문동주의 승리 가능성을 크게 높였다. 하지만 공격이 너무 긴 탓일까. 문동주의 기세가 5회 말 조금 꺾였다. 1사 후 이지영에게 안타를 내준 그는 최지훈의 볼넷, 박성한의 진루타로 실점 위기를 맞았다. 이어 노련한 '레전드' 최정이 그에 맞섰다. 문동주는 2구 연속 강속구를 던졌지만, 최정이 이를 가볍게 받아쳐 그에게 2실점을 안겼다. 6회 초 채은성의 희생 플라이로 넉넉한 리드로 문동주의 승리 가능성이 높아진 한화는 편하게 투수 교체를 선택했다. 80구를 던진 문동주는 6회 말 마운드를 이민우에게 넘기며 이날 등판을 마쳤다.인천=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4.03.28 20:42
배구

[IS 스타] 서브에이스 3개+지아 꺾는 블로킹...'사령탑 장담' 현실 만든 김수지

"김수지의 풍부한 경험이 팀에 큰 도움을 줄 것이다."올 시즌 초반 출장이 많지 않았던 김수지(35)를 두고 마르첼로 아본단자 흥국생명 감독이 전한 말이다. 김수지는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사령탑의 말을 현실로 만들었다. 김수지는 26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2023~24 도드람 V리그 여자부 플레이오프(PO·3전 2승제) 3차전에 선발 출전, 알토란 같은 4득점을 기록하며 소속팀 흥국생명의 세트 스코어 3-0(25-18, 25-19, 25-19) 승리를 이끌었다. 흥국생명은 시리즈 전적 2승 1패를 기록, 정규리그 1위 현대건설이 기다리고 있는 챔피언결정전(챔프전)에 진출했다. 지난 시즌(2022~23) 한국도로공사와의 챔프전에서 1·2차전 승리 뒤 내리 세 경기를 지며 준우승에 머문 흥국생명이 다시 정상에 도전한다. 김수지는 1세트 2-1로 앞선 상황에서 절묘한 플로터 서브로 정관장 리베로 노란, 미들블로커 한송이의 리시브 범실을 유도해 득점을 올렸다. 초반 기선 제압에 중요한 득점이었다. 김수지는 2세트 초반, 정관장에 3연속 실점하며 주춤한 상황에서도 존재감을 보여줬다. 레이나 토코쿠가 메가왓티 퍼티위(등록명 메가)의 오픈 공격을 블로킹하며 세트 첫 득점을 올린 상황에서 서버로 나섰고, 이 경기 세 번째 서브에이스를 해내며 1점 차 추격을 이끌었다. 2세트 21-16 상황에서는 메가와 함께 정관장 쌍포를 구축하고 있는 지오바나 밀라나(등록명 지아)의 백어택을 블로킹 하며 '주 임무'까지 보여줬다. 지아는 이 경기에서 팀 내 최다 득점(30)을 해낸 2차전만큼 공격력이 날카롭지 않았다. 2세트 후반, 3세트도 부진했다. 김수지의 블로킹은 상대 주포를 봉쇄하는 역할을 했다. 김수지는 2023~24시즌을 앞두고 흥국생명으로 이적했다. 절친한 친구 사이 김연경과 한솥밥을 먹게 돼 기대를 모았다. 두 선수는 국제대회에서 여자 국가대표팀의 황금기를 이끈 주역이다. 올 시즌 초반에는 출전 시간이 길지 않았다. 아본단자 감독이 외국인 선수 레이나를 미들블로커로 활용하며 그의 입지도 좁아지는 듯 보였다. 하지만 아본단자는 경험이 많은 김수지가 팀에 꼭 필요한 존재라고 외쳤다. 김수지는 3라운드 후반부터 꾸준히 풀타임을 소화했고, 정규리그 흥국생명의 순위 경쟁을 이끌었다. 단기전에서는 지면 탈락하는 상황에 놓인 팀을 구하는 활약을 보여줬다. 김수지는 28일부터 열리는 현대건설과의 챔프전에서 함께 국가대표팀 제공권 싸움을 펼치던 양효진과 대결한다. 두 선수의 자존심 대결도 배구팬의 흥미를 자아낼 전망이다. 인천=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4.03.27 06:30
국가대표

[IS 도하] 日도 부러워하는 ‘캡틴 SON’ 리더십…강력 발언부터 세심 배려까지

‘주장’ 손흥민(토트넘)의 리더십은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도 화제다. 동료들을 아우르는 포용력은 한국을 넘어 다른 팀에도 큰 울림을 줬다.세계적인 클럽 토트넘에서도 올 시즌부터 주장 완장을 찬 손흥민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체제에서도 주장직을 역임하고 있다. 2018년부터 축구대표팀의 ‘캡틴’이 된 그는 역대 최장수 주장이다. 그의 특급 리더십을 대변하는 기록이다.64년 만의 ‘우승’을 목표로 나선 아시안컵에서는 유독 빛난다. 손흥민은 승부를 뒤집는 ‘게임 체인저’ 역할을 맡으면서도 리더로서도 만점 활약을 펼치고 있다. 특히 제 손으로 벼랑 끝에 몰려있던 한국을 구한 호주와 8강전 이후 리더로서의 자질을 조명받고 있다. 일본 매체 사커 다이제스트는 최근 “일본 축구가 한 단계 도약을 위해선 손흥민 같은 절대적 스타가 필요하다”고 콕 집어 조명했다. 일본이 대회 8강전에서 이란에 역전패를 당하고 짐을 싸게 되면서 내린 씁쓸한 결론이었다. 실제 일본 센터백 도미야스 다케히로(아스널)도 “한국은 경기력이 좋지 않은 가운데 차이를 만들어 결과를 냈다”며 손흥민을 언급했다. 손흥민의 존재는 결과를 바꿨다. 비단 그가 가진 월드 클래스 기량뿐만이 전부가 아니었다. 국제 대회에서 최고의 팀이 되려면 구성원이 똘똘 뭉치는 ‘응집력’이 필수 요소인데, 손흥민은 여러 방법으로 태극전사들을 한데 모았다. 팬들에게도 큰 울림을 준 ‘연설’이 일례다.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겸비한 손흥민은 중요한 경기를 앞두면 전쟁터에 나서는 ‘전사’가 된다. 평소보다 강력한 발언으로 승리의 요체인 ‘믿음’과 ‘동기부여’를 동료들에게 심어준다. 최근 대한축구협회(KFA)가 공개한 사우디아라비아와 16강전 에피소드 영상 속 손흥민은 그라운드를 밟기 전 동료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그는 “실수해도 동료들이 있다. 동료들, 형제들, 가족들이 있다고. 그거 믿고 가서 쟤네 조용히 시켜주자”며 “쟤네 4만명, 5만명? 오라 그래. 우리가 유일하게 보여줄 수 있는 건 운동장 안이니까 들어가서 부수자고”라고 말했다. 태극전사들을 고취한 한마디였다. 늘 그랬듯 세심한 배려도 빛났다. 호주전 동점 골의 발판이 된 페널티킥을 유도하고 환상적인 프리킥으로 경기에 마침표를 찍은 손흥민은 기자회견 말미에 “(호주전에) 뛴 선수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겠지만, 오늘만큼은 벤치에서 경기를 못 한 선수들과 명단에 들지 못한 선수들에게 관심을 보내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취재진의 질문이 끝난 뒤 직접 요청해 얹은 발언이었다. 손흥민은 주장으로 나선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당시에도 예비 선수로 동행한 ‘막내’ 오현규(셀틱)를 살뜰히 챙기기도 했다. 자칫 경기에 나서지 못해 좌절할 수 있고 미디어와 팬들의 관심에서 소외될 수 있는 동료들까지 세심하게 케어한 것이다. 평소 성실한 태도는 두말할 것 없다. 손흥민은 권위를 앞세우기보다 친근한 모습으로 동료들에게 다가간다. 훈련 때면 늘 높은 톤으로 트레이닝 센터 분위기를 밝게 만든다. 동료들과 티격태격하며 장난꾸러기 같은 모습을 보이다가도 트레이닝 세션을 소화할 때면 누구보다 진지하다. 주장이 모범이 되니 선수들도 자연히 따라갈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카타르에서도 빛난 ‘캡틴 손’의 리더십 덕에 클린스만호는 ‘원팀’으로 항해하고 있다. 클린스만 감독을 비롯한 선수단은 늘 ‘팀 분위기가 정말 좋다’는 이야기를 한다. 선수들 간 서로를 향한 눈에 보이지 않는 믿음이 팬들에게도 보인다. 분명 그라운드 안팎에서 솔선수범하는 리더 손흥민이 크나큰 역할을 하고 있다.도하(카타르)=김희웅 기자 2024.02.06 11:47
국가대표

[IS 알와크라] 손흥민, 아시안컵 최다 출전+복수→호주전 승리가 특별한 이유

‘주장’ 손흥민에게는 호주전 승리가 매우 값졌다. 아시안컵 최다 출전자로 우뚝 선 동시에 우승 희망을 이어갔기 때문이다.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지난 3일(한국시간) 카타르 알와크라의 알자눕 스타디움에서 열린 호주와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8강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2-1로 이겼다.사우디아라비아와 16강전처럼 한국은 경기 종료 직전까지 패색이 짙었다. 전반 막판 호주에 선제 실점한 후 후반전에 몰아붙였지만, 골문이 열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던 탓이다. 사실상 클린스만호의 여정이 끝날 것 같았던 후반 추가시간, 손흥민이 ‘구세주’가 됐다. 페널티 박스 안에서 상대 수비의 반칙을 유도해 페널티킥을 얻어낸 것이다. 황희찬의 득점으로 균형을 맞춘 한국은 연장 전반 14분, 손흥민은 골키퍼가 손 쓸 수 없는 프리킥으로 경기에 마침표를 찍었다. 손흥민은 경기 전부터 9년 전 2015년 대회 결승전에서 호주에 패한 기억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우승컵을 내준 뒤로 아시안컵에서는 호주와 처음 맞대결하는 경기였기 때문이다. 당시 손흥민이 호주를 상대로 동점 골을 넣었지만, 한국은 연장 접전 끝에 1-2로 졌다. 손흥민은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마음이 참 아팠다”고 9년 전 호주전을 떠올린 손흥민은 완벽한 복수에 성공했다. 한국은 그 덕에 우승 희망을 이어가게 됐다. 무엇보다 제 손으로 경기를 뒤집고 팀에 승리를 안겼다는 점에서 그 의미는 더욱 컸다. 호주전 승리 후 손흥민은 “그런 좋은 (우승) 기회를 놓쳐서 누구보다 마음 아파했다. 그런 경기, 경험들 덕에 성장했다. (이번에는) 내 목표, 팀의 목표만 생각하고 경기에 임했다”고 말했다. 9년 전 경험이 피와 살이 됐다는 것이다. 그의 아시안컵 최다 출전 기록은 호주를 이긴 덕에 반짝반짝 빛났다. 손흥민은 호주를 상대로 뛰면서 ‘전설’ 이영표를 제치고 한국 선수 아시안컵 최다 출전(17경기) 부문 단독 1위로 올라섰다. 하지만 그의 시선은 오로지 ‘정상’만 보고 있다. 16강부터 2경기 연속 120분 혈투를 치른 손흥민은 지친 기색을 드러내지 않았다. 오히려 믿음직한 말로 우승 의지를 불태웠다. 그는 “힘들기보다 이 상황을 정신적으로 이겨내야 하는 게 토너먼트의 묘미라고 생각한다. 나라를 위해 뛰는 데 힘들다는 건 핑계인 것 같다. 4개의 팀만 남아서 하나의 우승컵을 두고 싸운다. 어떤 핑계, 아픔은 필요 없다. 오로지 한 가지 목표만 갖고 뛸 예정”이라고 힘줘 말했다.알와크라(카타르)=김희웅 기자 2024.02.04 17:45
배구

1승 5패→5승 1패, 반전 이끈 한전 합숙 효과

1라운드 최하위(7위)에 그쳤던 남자 프로배구 한국전력이 5할 승률을 회복했다. '합숙 효과'가 있었다. 한국전력은 지난 28일 수원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3~24 도드람 V리그 남자부 삼성화재와의 2라운드 홈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1로 승리했다. 지난 14일 OK금융그룹전부터 5연승을 거뒀다. 한국전력은 개막 전까지 최근 3년 연속 통합 우승을 차지한 대한항공의 대항마로 꼽혔다. 국내 선수 전력이 워낙 탄탄하고, 검증된 외국인 선수 타이스 덜 호스트와도 재계약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전력은 1라운드 치른 6경기에서 5패(1승)를 당했다. 국가대표팀 일정을 소화하고 돌아온 '국내 에이스' 임성진이 부진했고, 타이스 의존도가 높아지다 보니 상대 수비에게 쉽게 간파됐다. 여기에 1라운드 초반 불거진 배구단 매각설이 선수단을 어수선하게 만들었다. 권영민 한국전력 감독은 1라운드를 마친 뒤 국내 측면 공격수들의 강점 극대화를 위해 변화를 줬다. 타이스와 임성진의 로테이션 순번을 바꿨고, 서재덕이 서브 리시브 부담을 덜고 공격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한국전력은 2라운드 2차전이었던 14일 OK금융그룹전 승리로 분위기를 바꿨고, 이후 연승을 달렸다. 28일 삼성화재전을 마친 권영민 감독은 "경기력은 80~90% 수준으로 올라왔다"라고 평가했다. 한국전력 선수들이 전술 변화에 빠르게 적응한 배경에 합숙이 있었다. 1라운드가 끝난 뒤 권영민 감독이 주장 박철우에게 선수단 전원 합숙을 제안했고, 이후 가정이 있는 선수들도 경기도 의왕 소재 훈련장에서 숙식하며 훈련했다. 권 감독은 "합숙을 할 때는 함께 식사를 하거나 여가를 함께 보내며 더 많이 얘기를 나눌 수 있다 보니, 조직력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야간에 훈련장을 쓸 수 있어서 몸 관리도 용이하다"라고 설명했다. 한국전력은 현재 정상적인 전력을 회복했다. 권영민 감독도 합숙 체제 해제를 고려했다. 하지만 대부분 유부남인 고참급 선수들이 오히려 연장하길 바랐다.베테랑 미들블로커(센터) 신영석은 "합숙 생활이 어떤 효과를 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팀원 모두 부진했던 시기를 잘 넘기기 위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반등을 위해 합심한 게 중요하다. 연승을 했다고 그만두는 것보다는 경기력이 더 올라올 때까지 유지하는 게 낫다고 본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전력은 지난 시즌(2022~223)도 합숙 효과를 확인한 바 있다. 2라운드 5차전부터 4라운드 1차전까지 9연패를 당했는데, 이 시기에도 권영민 감독과 고참들이 나서 열흘 동안 단기 합숙에 돌입했다고 한다. 한국전력은 4라운드 2차전이었던 1월 10일 우리카드전에서 연패를 끊었고, 이후 10경기에서 7승(3패)을 거두며 반등한 뒤 리그 4위로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3.11.30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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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호골→새 기록 우수수…황희찬, 기성용 넘고 ‘EPL 8년’ 박지성 자리도 넘본다

13경기 7골. 팀의 패배에도 황희찬(27·울버햄프턴)이 또 한 번 득점포를 가동하며 새 기록을 썼다.황희찬은 28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크레이븐 코티지에서 열린 풀럼과 2023~24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3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리그 7호골을 기록했다. 비록 울버햄프턴은 2-3으로 졌지만, 황희찬의 활약은 빛났다.이날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황희찬은 역습 선봉장 역할을 맡았다. 저돌적인 드리블로 공격의 혈을 뚫었다. 특히 전반 14분 역습 상황에서 때린 오른발 슈팅이 크로스바를 맞는 등 초반부터 날카로운 감각을 뽐냈다. 황희찬은 팀이 1-2로 뒤진 후반 30분, 직접 얻은 페널티킥을 골대 가운데로 차 넣으며 리그 7호골을 신고했다. 앞서 황희찬은 상대 수비수와 경합 과정에서 밀려 넘어지며 페널티킥을 유도했다. 딱 한 달 만의 득점이다. 황희찬은 지난달 28일 뉴캐슬 유나이티드의 골망을 가른 후 3경기 만에 다시금 득점포를 가동했다. 이번 득점으로 EPL 진출 후 처음 시즌 두 자릿수 공격포인트 적립에 성공했다. 황의찬은 올 시즌 리그 13경기에 나서 7골 2도움을 수확했고, 리그컵 경기에서 1골을 넣으며 공격포인트 10개를 달성했다. 한국인 EPL 최다 득점 부문에서도 공동 3위로 점프했다. 황희찬은 세 시즌 간 EPL 70경기에 출전해 15골을 낚아챘다. 앞서 스완지 시티, 선덜랜드, 뉴캐슬에서 활약한 ‘선배’ 기성용(FC서울)과 최다 득점 부문에서 어깨를 나란히 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퀸즈파크레인저스에서 뛰었던 박지성의 기록도 가시권이다. 2005년 EPL에 입성한 박지성은 8년간 19골을 기록했다. 황희찬이 5골만 추가하면 박지성을 앞지르고 이 부문 단독 2위에 오를 수 있다. 1위는 2015년부터 111골을 기록 중인 손흥민(토트넘)이다. 현재의 페이스라면 올 시즌 안에 박지성의 득점 기록을 뛰어넘는 게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 이제 막 시즌 3분의 1이 지난 만큼, 산술적으로 보면 20골까지도 기록할 공산이 있다. 중간에 페이스가 떨어진다고 해도 지금의 기세라면 5골 이상 추가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아 보인다. 현재로서는 황희찬이 그간 그의 발목을 잡았던 부상을 조심하는 게 우선 과제로 여겨진다. 황희찬이 꾸준히 골 맛을 보는 것은 울버햄프턴 입장에서도 호재다. 울버햄프턴은 2019~20시즌 라울 히메네스(풀럼)가 17골을 기록한 뒤 한 시즌에 리그에서 7골 이상을 넣은 이가 없었다. 2020~21시즌에는 페드로 네투와 후벵 네베스(알 힐랄)가 나란히 5골, 2021~22시즌에는 히메네스가 6골을 넣었다. 지난 시즌에도 다니엘 포덴스와 네베스가 6골을 기록했다. 근래 들어 득점을 책임질 골잡이가 마땅치 않았는데, 올 시즌 황희찬이 울버햄프턴의 최고 무기로 자리 잡은 분위기다.쾌조의 골 감각을 자랑하는 황희찬은 이번 시즌 ‘커리어 하이’를 작성했다. 지난달에는 구단 역사에 이름을 새기기도 했다. 그는 지난달 뉴캐슬을 상대로 골을 기록, 종전까지 본인이 가진 홈 5경기 연속골 기록을 6경기로 늘렸다. 1877년 울버햄프턴이 창단한 이후 안방에서 6경기 연속 득점한 것은 황희찬이 최초다. 거듭 맹활약을 펼쳐 팬들의 마음을 완전히 앗아갔다. 그는 구단 10월의 선수로 선정됐다. 당시 황희찬은 팬 투표에서 45%의 지지를 받아 네투(41%)를 제치고 이달의 선수로 뽑히는 영예를 안았다. 현지에서도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구단은 황희찬과 재계약을 준비 중이다. 황희찬과 울버햄프턴의 계약은 2026년에 만료되는 만큼 여유가 있다. 그러나 울버햄프턴은 사전에 황희찬을 향한 다른 구단의 관심을 차단하고, 그에게 더 좋은 대우를 해주기 위해 새 계약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의 주목도 한 몸에 받고 있다. 글로벌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은 풀럼전이 열리기 전 “황희찬이 울버햄프턴 최다 골을 기록했다. 어떻게 (그가) 울버햄프턴 최다 득점자가 됐을까”라며 활약을 조명했다. 과거 잘츠부르크에서 황희찬을 지도했던 오스카르 가르시아 감독은 매체를 통해 “황희찬은 스피드가 좋았지만, 마무리와 같은 몇 가지 기술을 개선해야 했다. 그는 득점 기회가 많았지만, 성공률이 높지 않았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나, 스태프, 골키퍼와 훈련을 많이 했다. 황희찬은 강도 높은 훈련에도 불평하지 않았다”며 “항상 배우려고 하며 개선할 준비가 돼 있었다. 그리고 이제 그 결과물을 볼 수 있다. 황희찬은 스피드가 있고 적재적소에 영리하게 움직인다. 마무리가 조금 부족했는데, 계속 발전하고 있다”고 짚었다.이제는 매 경기 득점이 기대되는 선수로 변모했다. 앞서 영국 베팅 업체 스카이벳은 울버햄프턴과 풀럼의 경기에서 황희찬의 득점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배당률을 내놨다. 황희찬은 실제 풀럼전에서 득점포를 가동하며 세간의 기대에 부응했다. 무엇보다 올 시즌에는 빡빡한 일정에도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는 게 맹활약 요인으로 꼽힌다. 황희찬은 소속팀과 한국 축구대표팀 일원으로 장거리를 오가면서도 두 팀에서 제 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달에도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에 나섰다. 그는 싱가포르를 상대로 골 맛을 보기도 했다.김희웅 기자 2023.11.28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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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찬 행복한 고민 빠졌다…쏟아지는 러브콜, 재계약 선택지도 열렸다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내고 있는 황희찬(27·울버햄프턴)의 주가가 폭등하고 있다. 일찌감치 규모가 더 큰 구단들의 러브콜이 이어지던 가운데 소속팀 울버햄프턴도 재계약 카드를 꺼내 들었기 때문이다. 황희찬 입장에선 여러 선택지를 두고 향후 거취를 두고 ‘행복한 고민’에 빠지게 됐다.스포츠 매체 디애슬레틱은 19일(한국시간) “울버햄프턴이 황희찬 측과 새로운 계약을 놓고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 협상은 긍정적으로 진전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황희찬도 게리 오닐 감독 체제에서 뛰는 걸 만족하고 있다. 구단 역시 황희찬의 최근 경기력에 대한 보상으로 개선된 계약 조건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조건만 괜찮다면 계약을 연장할 것으로 기대해 볼 수 있다”고 전했다.디애슬레틱은 앞서 다음 시즌 EPL 구단들의 선수단 계약 상황을 조명하면서도 황희찬의 재계약 가능성을 조명한 바 있다. 당시 매체는 “무서운 득점력으로 새 시즌을 시작한 황희찬은 이번 시즌이 끝나면 계약 기간이 2년 남는다. 조만간 공식적인 논의가 시작되지 않으면 의외의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내다본 바 있다. 울버햄프턴 구단 입장에선 ‘의외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빠르게 협상 테이블을 차린 셈이다.황희찬은 지난 2021년 여름 독일 라이프치히를 떠나 울버햄프턴으로 이적하면서 5년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은 오는 2026년 6월까지다. 아직 계약이 2년 7개월 정도 남은 상황에서 계약 연장 가능성이 제기되는 건 흔치는 않은 일이다. 울버햄프턴 구단이 황희찬과 동행을 더 이어가기 위해 그만큼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황희찬은 이번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2경기(선발 9경기)에 출전해 무려 6골·2도움을 기록 중이다. 6골은 팀 내 1위는 물론 EPL 전체 득점 순위에서도 공동 6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황희찬에 이어 팀 내 득점 2위 선수들의 기록이 2골이니 황희찬의 팀 내 존재감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공격 포인트(8개) 수도 파울루 네투(1골·7도움)와 공동 1위다.중요한 순간에서 터진 득점포가 유독 많았다. 경기 전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더 코리안 가이’ 지칭으로 화제가 됐던 맨체스터 시티전에선 결승골을 넣었다. 리버풀, 애스턴 빌라전에선 귀중한 선제골을, 크리스털 팰리스전, 뉴캐슬 유나이티드전에선 팀을 구해내는 중요한 동점골을 넣었다. 이같은 활약으로 황희찬은 9월에 이어 10월에도 울버햄프턴 이달의 선수상 후보에 올랐다. 9월엔 2위, 10월엔 1위로 당당히 울버햄프턴 최고의 선수 입지를 다졌다.세부 지표를 살펴보면 더욱 인상적인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황희찬이 기록 중인 이번 시즌 유효 슈팅 수는 단 6개다. 골문 안쪽으로 향한 슈팅을 모두 골로 연결시킨 것이다. 전체 슈팅 중에서 득점으로 연결된 골 전환율 역시 EPL 1위다. 헤더로 2골, 왼발과 오른발로 각각 2골씩 기록한 득점 루트 역시도 매우 고르게 분포돼 있다. 저돌적인 돌파 능력뿐만 아니라 이젠 결정력까지 갖춘 공격수가 됐다.이미 개인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내고 있다. 그동안 황희찬의 유럽 빅리그 한 시즌 리그 최다골은 지난 2021~22시즌 울버햄프턴 입단 첫 시즌의 5골이었다. 올 시즌 이미 6골로 당시 기록을 넘겼고, 사상 첫 EPL 두 자릿수 득점 기록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이 기세라면 유럽 진출 이후 개인 한 시즌 리그 최다골 기록 경신도 바라볼 수 있다. 황희찬의 기존 기록은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시절 12골을 넣었던 지난 2016~17시즌이 커리어 하이다. 특히 홈팬들을 연일 열광시키면서 팀 내 입지가 더욱 단단해진 모습이다. 황희찬은 지난 시즌 마지막 홈경기를 시작으로 홈에서만 6경기 연속골을 터뜨렸다. 1877년 창단한 울버햄프턴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울버햄프턴 안방인 몰리뉴 스타디움을 찾던 많은 홈팬들에게 늘 값진 선물들을 안겼으니 팀 내 입지가 두터워진 건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울버햄프턴 구단이 황희찬과 동행을 더 이어가려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가뜩이나 황희찬을 주시하는 구단들이 많은 상황에서 재계약 가능성까지 흘러나오고 있으니 황희찬도 여러 선택지를 두고 신중하게 판단을 할 계획이다. 실제 지난여름 황희찬은 토트넘, AS로마 등의 관심을 받았다. 당시 울버햄프턴 재정난과 맞물려 이적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황희찬은 우선 울버햄프턴과 동행을 이어가기로 했다. 재정난과 맞물려 일각에서 흘러나왔던 이적설과는 무관하게 훌렌 로페테기 당시 감독이 황희찬의 이적에 반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새 시즌에 돌입한 뒤 연일 뜨거운 활약을 이어가고 있으니 황희찬을 주시하는 팀들도 자연스레 더 늘어날 전망이다. 측면은 물론 2선 전 지역과 최전방까지 두루 소화할 수 있는 데다 스피드와 돌파력, 여기에 올 시즌 득점력까지 눈을 뜬 흐름이니 울버햄프턴보다 더 강한 팀들 입장에서도 군침이 흐를 만한 자원이다. 울버햄프턴 구단이 빠르게 재계약 협상 테이블을 차린 것도 다른 구단들의 이같은 관심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이제 선택권은 황희찬에게 있다. 현재 소속팀은 물론 자신을 노리는 다른 구단들도 존재하는 만큼 여러 가지를 두고 고민할 필요가 있다. 1996년생으로 공격수로서 최전성기에 돌입하는 시기인 만큼 더욱 고심해야 하는 타이밍이다.황희찬은 그동안 거취를 두고 고민할 때마다 꾸준한 출전 시간의 보장을 최우선 조건으로 잡았다. 여기에 울버햄프턴의 객관적인 전력을 고려할 때 유럽축구연맹(UEFA) 클럽대항전 출전 등 더 큰 무대를 누빌 수 있을 만한 팀도 이제는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 황희찬의 UEFA 클럽대항전 출전은 라이프치히 시절 UEFA 챔피언스리그를 뛰었던 2020~21시즌이 마지막이다. 그동안 황희찬에게 중요한 조건은 아니었던 것으로 알려진 금전적인 부분도 슬슬 고민할 때가 됐다. 카폴로지에 따르면 황희찬의 현재 주급은 3만 파운드(약 4500만원)로 추정된다. 팀 내에서도 중위권 수준에 그치고, 빅클럽에서 뛰는 선수들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울버햄프턴이 재계약 협상 과정에서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겠지만 팀 내 최고 주급 선수도 9만 파운드(약 1약 4600만원)에 불과한 파블로 사라비아라는 점에서 상승폭도 그리 크진 않을 전망이다. 황희찬이 원하는 출전 시간이 보장되는 데다 계약 조건도 훨씬 좋다면 황희찬도 새로운 도전을 택할 수 있다.만약 황희찬이 새로운 도전으로 결심이 서서 울버햄프턴과 재계약하지 않으면, 황희찬의 거취를 둘러싼 이적설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울버햄프턴 구단 역시도 황희찬과 동행이 어렵다고 판단되면 높은 이적료를 책정해 이적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구단 재정난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인 만큼 황희찬을 계속 품고 있기보다는 치솟는 황희찬의 몸값 속 이적을 허락할 가능성이 있다. 계약 만료가 다가워질수록 황희찬의 이적료 역시 낮아질 수밖에 없는 만큼, 황희찬과 동행을 더 이어가기 어렵다고 판단되면 황희찬을 이적시키기 위한 울버햄프턴 구단의 움직임도 빨라질 수 있다.한편 황희찬은 현재 국가대표팀에 소집돼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2차 예선을 준비 중이다. 지난 싱가포르와의 1차전에서도 헤더 추가골을 터뜨리며 팀의 5-0 대승에 힘을 보탰다. 최근 A매치에서도 2경기 연속골을 터뜨리며 물오른 득점 감각을 이어가고 있다. 황희찬이 3경기 연속골에 도전하게 될 중국전은 오는 21일 오후 9시 중국 선전유니버시아드스포츠센터에서 열린다.김명석 기자 2023.11.19 09:57
프로야구

[IS 시선] 시대가 안긴 호재...스포츠단이 가야할 길

겨울철 대표 스포츠 농구와 배구는 올 시즌 국내 리그 개막을 앞두고 큰 악재를 맞이했다. 지난 8일 폐막한 항저우 아시안게임(AG)에 출전한 국가대표팀이 '참사'에 가까운 성적을 남겼기 때문이다. 남자배구는 개막식도 열리기 전에 탈락했다. 여자배구는 역대 두 번째로 AG 노메달에 그쳤다. 남자농구도 17년 만에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리그 흥행에 적신호가 켜졌다. 실제로 개막을 앞두고 펼친 미디어데이에서도 위기감이 감지됐다. 농구와 배구 모두 프로 리그 초반 흥행 성적은 나쁘지 않다. 특히 남자농구는 개막 주말(21·22일) 치른 6경기에서 총 3만 437명을 동원했다. 평균 관중은 5073명. 지난 시즌(2022~23) 대비(평균 3465명) 훨씬 많았다. 국제대회 부진과 리그 관중 동원력의 상관관계는 실제로 예상만큼 밀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스포츠 운영·마케팅 컨설팅 전문가인 김정윤 웨슬리퀘스트 상무는 지난 6월 강연자로 나선 '2023 IS 스포츠 마케팅 써밋 아카데미'에서 올림픽·월드컵 등 '메가 스포츠' 이벤트에서 호성적이 잠재 스포츠팬 유입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만, 설령 부진해도 기존 고객(팬) 이탈 정도는 크지 않다고 설명한 바 있다. 프로야구도 그랬다. 야구 대표팀은 지난 3월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1라운드에서 탈락했지만, 올 시즌 KBO리그는 810만 326명 관중을 끌어들이며, 5년 만에 다시 800만 관중 시대를 열었다. 우려되는 건 현재 상황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각 종목 스포츠단의 시선이다. 국제 대회 경쟁력 저하는 콘텐츠 기대치를 낮추는 요인이 분명하다. 관중 동원력이 예상보다 떨어지지 않은 건 코로나19가 앤데믹(풍토병)으로 접어들면서 여가를 즐기는 대중의 가치관이 다시 바뀐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온라인 게임처럼 팬데믹 시대에 호황을 누렸던 산업은 주춤하고, 활동성을 갖춘 콘텐츠를 즐기려는 이들이 많아진 시점이다. 스포츠단은 이런 호재(앤데믹 시대)에 가린 악재(국제대회 부진) 영향력을 가볍게 보지 않아야 한다. 끊임없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노력으로 자체 콘텐츠가 매력적으로 어필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지난 8월 컵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남자배구 OK금융그룹은 20일 치른 한국전력과의 홈 개막전에서 4년 만에 만원 관중을 동원했다. 새 감독(오기노 마사지) 체제에서 달라진 경기력에 기대감이 팬들의 발걸음을 끌어들인 것이다. 좋은 경기력은 자연스럽게 팬의 시선을 끈다. 이건 당연한 얘기. 여기에 관중 동원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스타 마케팅이 더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가만히 앉아서 선수의 기량이 좋아지길 바라선 안 된다는 의미다. 굿즈 제작, 선수의 온·오프라인 활동 유도 등으로 팬과의 접촉 빈도를 높여야 한다. 올 시즌 남자배구 대한항공은 홈경기장(계양 체육관) 엔드 라인 뒤 관중석을 비행기에 탑승한 느낌을 주는 콘셉트로 꾸몄다. 비즈니스석 의자도 비치했다고 한다. 핵심은 '좋은 경험'을 부여하는 것이다. 스포츠 마케팅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강조하는 것이다. 성공 여부나 효과성을 따지기보다 일단 시도하는 게 중요해 보인다. 마침 관중도 많아졌다. 이를 바탕으로 고객 데이터를 세분화하고, 맞춤형 전략을 수립·실현해 팬들 머릿속에 '달라지는 게 있다'라는 인식을 갖게 해야 한다.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3.10.25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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